두렵고 힘든 피드백 시간
디자인하면서 어떤 순간이 가장 어려운가요? 시안을 기획하는 단계? 아니면 디자인 작업 과정? 물론 모든 과정이 힘들겠지만, 동글은 피드백 받는 순간이 가장 어려웠던거 같아요, 피드백을 받기 전 저의 상태는 숨이 거칠어 지고 심장이 빨리 뛰고 다른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멘탈이 나가 있는 상태였거든요. 심지어 피드백 받는 순간을 떠올리다보면 “이렇게 컬러를 쓰면 수정하라고 하시지 않을까?” “이런 타이틀 디자인은 별로다라고 하시지 않을까?” 등의 생각을 거치다 보면 나의 작업물에 대한 확신도 줄어들기 시작하더구요. 이후에는 이렇게 가져가도 수정하라고 하시겠지?
나의 결과들을 평가받고 수정하는 피드백의 과정은 항상 불편한 순간들을 가져왔었어요, 불쾌하고, 억울하고, 서운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채워지는 순간을 선사했죠. 소심하고 매순간 걱정이 많은 성격인 저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이었답니다. 분명 제 기준에서는 잘 구성되고 잘 만든 디자인 물인데 수정을 과정을 거쳐야 하는게… 나의 모든 과정이 부정당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했었어요.
“여러분들의 피드백 순간은 어땠었나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디자이너는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 사수, 클라이언트, 더 나아가 대중들에게 평가받는 상황을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그전에, 시안이 외부로 나가기 전에 회사 내부, 즉 다른 디자이너들의 눈을 먼저 거치게 되죠. 내부에서 시안 컨펌이 나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 과정에서 피드백을 받게 되고, 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런 상황들은 업무 특성상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동시에 참 아이러니하죠. 힘들고 두려웠던 시간이 꼭 필요하다니 말이에요.
불가피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흔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하곤 하죠. 그런데 저는 사실 이 말을 정말 싫어했어요. 즐길 줄 알았다면 피드백 시간에 그렇게 좋지 않은 감정에 휘둘리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약인지,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지, 피드백을 마주하는 상황을 반복해서 겪다 보니 점점 익숙해지고, 그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피드백을 단순히 수정과 평가의 시간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무엇을 어떻게 왜 피드백을 받아들여볼까?
피드백을 잘 받아들인다는 건 단순히 “수정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걸 넘어서, 나의 감정과 상황, 그리고 작업의 맥락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일이에요.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여러 감정들 억울함, 당황스러움, 때론 자존심이 상하는 느낌까지. 이건 단순히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어요. 디자인이라는 일이 ‘보여지는 것’에 대한 평가를 받는 일이기 때문이죠. 또, 주는 사람의 말투나 상황, 그리고 그 순간의 업무 맥락에 따라 같은 피드백도 다르게 다가오곤 했어요.
그래서 단순히 ‘잘 받아들이는 법’만 알아보기 보다는 이 글에서는 감정, 상황, 커뮤니케이션까지 포함해서 피드백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덜 상처받으며 맞이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담아보았어요.
1. 왜 피드백은 그렇게 불편할까?
디자이너에게 피드백이 유독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수정을 해야 해서’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자신의 ‘노력’과 ‘정체성’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심리적 반응이 자리하고 있어요.
디자인은 수치화된 결과보다 정성적 판단이 많이 개입되는 영역입니다. 즉, 정답이 명확하지 않고 ‘좋다/나쁘다’는 주관적 평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죠. 이런 환경 속에서 피드백을 받게 되면, 마치 ‘내가 틀렸다’는 판단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기 쉬워요.
또한,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이 만든 것에 감정적으로 깊이 연결될수록 그것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자신에 대한 평가’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디자이너가 작업물을 기획하고, 구조를 잡고, 수십 번 수정을 거쳐 완성하는 과정은 단순한 ‘결과 제출’이 아니라 자신을 투영하는 일이기 때문에, 피드백은 곧 ‘나 자신을 부정당하는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이와 같은 이유로, 디자이너는 작업물과 감정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초반에는 이런 감정의 충격을 더 크게 받기 쉬워요. 피드백의 내용보다 말투, 표정, 타이밍 등 주변 요소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요.
언제나 한번 받고 오면 불편한 피드백 ㅠㅠ
2. '피드백을 잘 받아 들인다’는 건 무슨 뜻일까?
피드백을 잘 받아 들인다는 건 단순히 “네, 수정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위에 언급한대로 불편한 마음이 있고 받는 순간에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피드백을 내가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석해서 다음 행동으로 이어가느냐예요. 디자인 작업은 의도가 담긴 선택의 연속이에요. 그래서 피드백을 받는다는 건 단지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의도에 대해 재검토하는 시간이기도 해요.이때 중요한 건, 내가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느냐는 점이에요. ‘디자인 의도’를 중심에 두고 피드백을 받아들이면, 그 과정이 단순한 수정이 아니라 방향의 정교화로 바뀌어요.
예를 들어 “이 타이틀 너무 튄다”라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그 말에 바로 위축되기보단 “타이틀이 중요한 시안이어서 잘 보이도록 강조했어요. 혹시 컬러를 바꾸거나 하는 방향으로 강조되는 느낌을 줄이는 쪽이 나을까요?”라고 되묻는다면, 단순한 ‘수정’이 아닌 의도 기반의 대화가 만들어지죠. 그 이후 어떤 방향으로 바꾸는게 좋을꺼 같아요하는 내용을 대화에 담게 된다면 결국 피드백을 잘 받는다는 건, 내 디자인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주체적인 조율’에 가까워야 해요.
무조건 수용도, 무조건 반박도 아닌 그 사이에서 내가 놓쳤던 점을 수용하고, ‘내 것’도 지켜내어 균형을 맞추는게 그게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는 진짜 의미라고 생각해요.
동글 COMMENT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항상 옳을까?”
피드백을 받는 상황에서는 보통 나보다 경력이 많거나 디자인을 더 잘 아는 사람에게 조언을 듣게 돼요. 물론, 항상 배우는 자세로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건 중요하죠. 하지만 무조건 말 그대로 따르기만 해서는 안 돼요.
물론 경험 많은 사람은 보통 더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줘요.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게 반드시 ‘나의 작업’에 맞는 해답이란 보장은 없어요.
동글도 처음엔 “시키는 대로, 하라는 대로”만 수정했었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수정안을 가져갔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이랬어요. “이렇게 말한게 아닌데?” “음... 전 게 더 나았던 것 같아요.”
피드백 받은 대로 수정했는데 왜 이런 반응일까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또 다시 수정을 하곤 했죠. 그때 느낀 건 결국 피드백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건 나 자신이라는 거였어요. 그 의도를 읽고, 내 작업에 맞게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할 줄 아는 게 진짜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타이틀이 너무 커요”라는 피드백도 그저 크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주변 요소와의 비율이 안 맞아서 커 보이는 것일 수 있어요. 피드백의 의도를 파악하고, 맥락 속에서 판단해야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더라고요. 물론, “그냥 이상해요”처럼 애매한 피드백을 받으면... 솔직히 저도 어려워요.
피드백이 왜 나왔는지를 이해하고, 내 작업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3. 효율적인 피드백 시간 만드는 팁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감정이 앞서고, 막상 ‘무엇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지?’라는 생각만 남았던 경험, 많으셨죠? 사실 피드백은 그 자체보다 받는 태도와 준비 상태에 따라 더 유용한 시간이 될 수도, 더 혼란스러운 시간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면 피드백 시간을 조금 더 주도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받기 전에: "내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인가?"
디자인을 공유하기 전, 스스로 이렇게 점검해보세요.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막연했던 디자인에 ‘의도’가 생기고, 피드백을 받을 때도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구나”라는 맥락이 전달되기 쉬워져요. 피드백의 질은, 사전에 내가 얼마나 작업물에 이해를 하고 있는가로 차이나더라구요.
피드백 중에는: 해석하고, 되묻기
“이 부분이 어색한 이유가 컬러 때문일까요, 아니면 레이아웃이 너무 촘촘해서일까요?” 이처럼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면 모호한 피드백을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고, 상대도 자신의 의견을 더 정리해서 전달하게 돼요. 듣고만 있는 것보다, 대화를 만들어가는 자세가 피드백의 질을 바꿔요.
피드백 후엔: 액션 플랜 정리하기
피드백이 끝나면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뭐부터 고쳐야 하지?’ 싶을 때 많죠. 그럴 땐 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간단한 액션 플랜을 적어보세요.
액션플랜 예시)
•
타이틀 컬러 → 강조는 유지하되 톤 다운
•
정렬 문제 → 콘텐츠 간 기준선 맞추기
•
시선 흐름 → 버튼 위치 변경 고려
이렇게 정리해두면, 수정 방향이 뚜렷해지고
단순히 반영하는 게 아니라, 나의 판단으로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 돼요.
4. 디자인 피드백에 ‘그냥’은 없다
디자인 실무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주는 입장에 서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받기만 하던’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느낀 불편함을 타인에게 주지 않도록 설계하는 입장이 된 거죠. 이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건, 피드백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사실이에요.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방이 내용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전달하는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피드백은 ‘무엇을 말할까?’보다 ‘어떻게 전달할까?’가 훨씬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실수는, 결과만 이야기하고 이유는 생략하는 경우입니다. 피드백을 줄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의도를 생략한 채 결과만 지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기 구성이 그냥 좀 애매한데요.”
이 말은 피드백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명확하게 표현한 것일 수 도 있지만, 받는 사람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왜 그런지,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전혀 알 수 없는 말일꺼에요. 결국 혼란만 생기고, 잘못된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도 높아지죠. 따라서 실무에서 유효한 피드백은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합니다.
1.
관찰된 문제 (Observation)|
2.
그 이유나 맥락 (Rationale)
3.
대안 제시 또는 방향 (Suggestion)
“현재 타이틀이 콘텐츠보다 먼저 시선이 가는데, 콘텐츠가 우선 전달되어야 하는 구조라면 타이틀 강조를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문제 → 이유 → 제안 의 구조로 피드백을 전달하면, 수정 방향이 명확해지고 상호간의 납득 가능성도 높아져요. 피드백은 평가가 아니라 협업의 도구입니다. “수정해주세요”라는 명령형보다 “이 방향은 어떠신가요?”처럼 협의 가능한 어조를 사용하면, 작업에 대한 개선 의지를 함께 유도할 수 있어요.
결국 좋은 피드백이란, 논리적으로 설계된 말 + 상대의 이해를 고려한 전달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건 디자이너로서의 성장뿐 아니라, 협업자로서의 신뢰를 쌓는 데에도 꼭 필요한 역량이에요. 내가 받고 싶었던 방식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실무 능력이 어느정도 높은 단계에 도달한 것이 아닐까요?
마무리하며 : 피드백은 ‘받는 기술’이자 ‘함께하는 기술’
이 글의 서두에서 말했듯, 우리는 피할 수 없이 피드백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있어요. 이 글에서는 직장내에서 혹은 같이 작업하는 동료간에 일어나는 상황에서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 드려보았어요. 각 단락에서 나눈 내용을 다시 정리하자면
1. 왜 피드백은 그렇게 불편할까?
2. 피드백을 잘 받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
3. 효율적인 피드백 시간 만드는 팁
4. 디자인 피드백에 ‘그냥’은 없다
피드백은 결국 ‘사람 간의 대화’에요. 누구나 불편할 수 있고,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잘 주고, 잘 받는 법’을 고민하고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디자인 결과물은 물론,협업 과정의 퀄리티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요.
피드백은 더 나은 작업물을 만들어가는 과정
여전히 동글에게는 무서운 과정이랍니다. 열심히 만든 작업물이 선임분에게 혹은 연차가 쌓였으니 후배들에게도 피드백을 받게되니 신입일 때는 ‘내가 뭘 몰라서 혼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컸다면, 지금은 ‘이제는 더 잘해보여야 하고, 더 잘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압박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시간이 지나도 피드백은 더 익숙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부담스러운 자리 가 된 것 같아요. 아니 더 불편한 자리가 되어버렸죠.
그럼에도 이제는 피드백을 마주하고 있는 건, 디자인 작업 과정 중 왜 이렇게 해야하고, 왜 이렇게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생각 할 수 있고 그 시간이 분명 작업을 더 나아지게 해주는 과정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불편하고 어색한 피드백의 시간도, 결국 나의 디자인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기회 라는 것.
아직 피드백이 무섭고, 마음이 복잡하신가요? 그 마음, 너무나 이해해요. 저도 아직 그 자리에 있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지나온 후에는, 조금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 우리, 피하지 말고 피드백을 정면으로 마주해봐요.




